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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극복 수기

[난임 극복 수기] 난임 극복은 용기로부터

『본 수기는 분당제일여성병원 제6회 난임캠페인 난임 극복 수기 공모전에 참여해 주신 분의 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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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되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난임. 설마 하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살아가면서 내게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찾아와버린 거다.

 

하늘로 떠나보낸 딸기.

다시금 찾아와 주길 바라던 임신 소식의 부재는

나와 내 와이프를 우울케 만들었다.

 

차라리 와이프와의 사이가 좋질 않아

부부생활 자체가 없어서 고민이고 싶을 정도다.

난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극복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지 몰랐다.

내가 어릴 적에 TV나 라디오를 통해 듣던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에 대한 사연과는 천지차이였다.

 

남의 일이 내 일이 되어버릴 때 그때 오는 우울감은

정말 무지막지한 우울증을 초래한다.

 

우리에게도 딸기가 찾아왔을 때가 있었다.

딸기는 아기의 태명이다.

생전 딸기 한번 먹고 싶다는 소리 해본 적 없다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딸기를 먹고 싶다고 한 후로 우리에게 찾아와준

아기라서 태명을 딸기로 지었던 거다.

 

그때는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행복했다.

아내 배만 바라봐도 행복하던 시절이 바로 그때다.

그런데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행이 찾아오던 그날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직장에 출근했을 때였다.

 

갑자기 배가 아려와서 걱정되는 마음에

산부인과를 가봐야겠다는 아내의 톡.

걱정하는 티를 내면 아내가 더 걱정할까 봐

티 내지 않은 채로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별일이야 있겠냐는 초 희망적인 마음을

아내에게 텔레파시로 그저 전할 뿐이었다.

 

아내도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부정적 시각을 갖지 않던 눈치였다.

그로부터 1시간 반쯤 지나가고 있을 때,

내게도 점심시간이 찾아와서 그대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찮다는 아내의 사랑스러운 목소리라도 들어야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전활 받는 아내의 목소리엔 넋이 빠져 있었다.

울먹이며 내게 소식을 전해왔다.

“오빠. 나 어떡해.. 우리 딸기. 유산됐어.

정말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다면 딱 그 느낌일까.

정신이 아득했지만 더 충격이 클 아내를 위해

우선 진정될 수 있는 말부터 전했다.

 

“괜찮아. 자기야. 너무 맘 아파하지 말자.

그러다 자기 큰일 나.” 나는 직장 일이고 뭐고 다 놓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꾹 참았다.

 

정말이지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눈물만 날뿐이었다.

세상 빛 한번 못 본 채로, 아빠 엄마 얼굴 한번 못 본 채로

하늘나라로 떠날 건 왜냐며 얼굴을 감싸 쥐고 울었다.

그날 퇴근하고 바로 아내가 있는 병실부터 달려갔다.

수척해진 아내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도 그 심정이 이해되어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우리는 함께 우울기를 맞이했다.

대화도 별로 하지 않은 채 그저 어색해진 공기만

한 공간 아래서 마셔댈 뿐이었다.

한동안 이런 상황은 계속되었다.

 

나는 세상이 내일이면 멸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슬픔을 지닌 채 직장과 집만을,

아내는 그저 창밖을 무던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금 침착해진 건 3주가 지날 때쯤이었다.

아내가 더 수척해진 것을 본 이후로 나도 달라져야겠음을 깨닫게 된 거다.

 

직장에서 마치기 1시간 전쯤 아내에게 톡 한 통을 보냈다.

“자기야. 오늘 근사한 곳에서 저녁 같이 먹을까?

 

아내에게서도 곧 답이 왔다.

“응? 그러자. 오빠네 회사 앞으로 갈게. 퇴근하면 바로 가자.

절망 끝에서 내민 손을 잡아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마웠다.

 

그날 아내랑 함께 향한 곳은 마산 양덕동 롯데마트 2층의 Vips였다.

아내는 차 안에서 또 한 번 울먹였다.

나는 말없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아내를 한번 안아주었다.

 

유산 상처 극복을 위해, 그 후로도 쉽사리 찾아와주지 않는

난임의 심리적 극복을 위해 별다른 특별한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다.

그저 먼저 내민 용기의 손이 다시금 분위기를 점차

예전처럼 밝게 만들어갈 뿐이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연인들의 해결 방법은 다 다르겠지만

어쩌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용기가 아닐까.

 

일정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아내의 임신 테스트기 사용이 늘고 있다.

생리가 없다며 기뻐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가 그저 행복할 뿐.

아직 정확하게 임신이라는 의사 진단이 나온 건 아니지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난임으로부터, 유산의 아픔을 가슴에서 진정 묻기 위해서는 새 생명이 찾아와

건강하게 태어나주는 길이 제일일 테니까 말이다.

 

이 세상 모든 난임 부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극복하고 싶다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손 한번 내밀어보라고.

용기를 내는 것보다 더 빠른 극복 방법은 내가 볼 때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서다.

 

결혼한 모든 이들의 가정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