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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극복 수기

[난임 극복 수기] 8번 만에 찾아온 ‘우리’의 아이

 

본 수기는 분당제일여성병원 제3회 난임캠페인 난임 극복 수기 공모전에 참여해 주신 분의 수기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분은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습니다.

 

*위 이미지 내용의 이해 돕기 위해 삽입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인공수정과 시험관을 총 8번을 했습니다.

아니, 8번을 사실 제가 온전히 같이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처럼 처음의 마음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난임으로 아기를 갖기 위해서 제가 하는 검사는 정자 검사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각종 검사와 시술 과정, 그리고 결과를 알기 위해서

양쪽 팔과 배 주사를 기본으로 맞아야 했고 흔히 말하는 굴욕 의자에도 매번 앉아야 했습니다.

 

아내는 이런 과정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힘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아기도 아기지만 아내가 안쓰러웠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관심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했습니다.

아내의 컨디션도 신경 쓰려고 노력했고 어떤 검사를 하고

결과는 어떤지 일정을 확인해 먼저 물었습니다.

 

그러나, 시술이 5, 6번 계속되니그 검사 꼭 해야 된대?”

혹은자기가 알아서 해라는 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아내의 몫으로 넘기기 시작한 겁니다. 아내는 화를 냈습니다.

 

“이게 나 혼자 뭐 하는 거냐”, “드럽게 서글프다”, “우리 애지 내 애냐”,

네가 하는 게 뭐냐”, “네가 나보다 힘드냐”,

넌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쉽게 한다.

태풍이 제 마음을 휩쓸고 간 느낌이었습니다.

 

듣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나름대로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내에게 주절주절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마지막에 해버렸습니다.

 

이럴 거면 그만둬

아내는 이날 혼자 너무 많이 울었다고 말합니다.

 

그만두라는 말이 화가 나 그만두겠다고 소리치고 싶어도

남은 동결 배아가 있어 말하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서글펐다고 말합니다.

아내가 시술하고 나면 집에서는 언제나 들깨의 고소한 향이 납니다.

 

착상에 좋다는 들깨감자수재비를 늘 끓여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7번째 시술 날에 집안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시술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누워 등을 돌렸습니다.

.. 순간, 아내에게 그동안 상처를 준 제 자신이 한심해졌습니다.

 

왜 그랬을까. 계속되는 시술이 익숙해져 아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내게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시술이 아내에게는

누적되는 더 큰 좌절과 우울함을 가져 올 거란 생각을 왜 못 했던 걸까.

내가 생각했던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시술 날에 연차를 내고 아내와 동행하는 정도의 수준 아니었나.

같이 아이를 기다리고 소망하던 그 처음의 마음은 7번째 시술하는 때와 과연 같은 수준인가.

 

아내에게 들깨감자수재비를 끓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일을 당신의 일로 만들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남편인 내가 더 안아주고 감싸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그런 제 진심에 고맙다고 했습니다.

먼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좀 잘하라고.

7번째 시술에도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8번째 시술. 아기는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피검사 전에 임신 테스트기를 했다며 보내준 2줄의 임신확인 사진.

호르몬 영향으로 임신이 아니어도 보여줄 수 있다는

2줄 사진을 우리는 7번 내내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2줄이라는 게 있구나. 회사를 가면서도 일하면서도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이 기분이 좋습니다.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고, 아내와 손을 잡고 병원 문을 나왔습니다.

시술할 때 아내와 함께 긴장하며 드나든 병원 문을,

이렇게 속 후련하게 나올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제가 이런데 하물며 아내는 어떨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아내는 웃으며 말합니다. 계속 좀 잘하라고